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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예술

뮤지엄 산(Museum SAN)과 안도 타다오(Ando Tadao) 그리고 사무엘 울만 (Samuel Ullman)

 

오늘은 아주 특별한 박물관과 건축가 그리고 그가 사랑한 시인을 소개하려고 합니다. 무엇보다도 화창한 봄날 소중한 친구들과 그곳에서 보낸 한 나절은 아주 특별한 추억으로 남아 있습니다.

 

처음으로 안도 타다오의 건축물을 만난 건 제주도에서였는데요.. 가족 여행 중에  제주 섭지코지의 아름다운 카페 민트에 들렀었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그 건축물이 바로 2008년에 지은 우리나라 최초 타다오의 작품 '글라스 하우스'더라고요..

 

콘크리트 외관에 나지막한 입구가 바로 성산 일출봉을 담은 사진액자 모습이어서, 예사롭지 않다고 감탄했던 기억이 생생합니다. 역시 타다오였던 거죠..

 

 

뮤지엄 산(Museum SAN)은 강원도 원주에 있는 전원형 박물관인데요. 'SAN''Space(공간)', 'Art(예술)', 'Nature(자연)'의 약자로, 자연과 예술, 건축이 조화를 이루는 공간을 뜻한다고 합니다.

 

일본의 건축가 안도 타다오가 설계한 이 미술관은 노출 콘크리트와 빛을 활용한 미니멀리즘 건축의 대표작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부지는 약 72,000에 달하며, 전체 관람 동선은 약 2.1km, 관람시간은 적어도 2시간 정도는 잡아야 합니다.

 

뮤지엄 산은 크게 다섯 가지 공간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1. 플라워 가든:  계절마다 다양한 꽃과 식물이 어우러진 입구 정원으로, 자연과 예술의 첫인상을 전합니다.

 

플라워 가든

2. 워터 가든: 물과 건축이 어우러져 고요한 분위기를 자아내는 공간입니다. 잔잔한 물 위에 하늘과 산이 비치는 명상적 공간으로 안도 타다오 특유의 미니멀한 감성이 돋보입니다.

 

워터 가든

3. 본관: 현대 미술 작품이 전시되어 있으며, 종이의 역사와 문화를 소개하는 '종이 박물관'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 백남준 아트센터 전시실: 미디어 아트의 거장 백남준의 주요 작품을 감상할 수 있는 공간
  • 파피루스 홀: 종이의 역사와 철학을 주제로 한 공간
  • 제지공방 & 북카페: 종이 만들기 체험과 여유로운 독서가 가능한 휴식 공간

 

 

쿠텐베르크 성서

 

4. 스톤 가든: 바위와 자갈, 간결한 자연적 요소로 구성된  조화를 이루는 명상적인 공간입니다. 자연석과 정갈한 공간 배치로 구성된 정원으로 동양적 정원미와 현대 건축의 만남을 보여줍니다.. 

 

스톤 가든

5. 제임스 터렐관: 빛의 예술가 제임스 터렐의 작품을 상설 전시하며, 그의 독특한 빛과 공간의 경험을 제공합니다. 몰입형 설치 작품 전시관으로 감각과 지각의 경계를 허무는 경험을 선사합니다.

제임스 테럴관 입구

 

 

그리고 제게 강렬하게 다가온 조형물이 하나 있었는데요. 이 거대한 초록 사과가 눈에 들어온 순간 절로 입이 딱 벌어지더라고요. 뭐라 말로 형언 할 수는 없지만 강한 생명력 같은 것에 압도되었던 것 같은데요. 그러면서도 동시에 귀엽고 사랑스럽기도 하고요.

 

 

 

 

<뮤지엄 산 관람 안내>
🕙 운영시간: 오전 10시 ~ 오후 6시 (입장 마감 오후 5시)
🚫 휴관일: 매주 월요일, 1월 1일, 설·추석 당일
🎟 기본권: 성인 23,000원 / 청소년 15,000원 / 어린이 5,000원
🎨 통합권(제임스 터렐관+명상관 포함): 성인 46,000원
👶 미취학 아동 일부 전시 입장 제한
💡 명상관·터렐관은 시간제 관람, 현장 선착순 입장

 

 

이렇게 뮤지엄 산을 돌다 보면 흥미로운 전시물이 가득하면서도, 자연에 둘러싸여 위로받는 느낌이 강하게 드는데요. 그렇다면 이렇게 건축물과 조형물을 만든 작가가 궁금해집니다.

 

주인공 안도 타다오(安藤 忠雄, Ando Tadao, 1941년~)는 일본을 대표하는 세계적인 건축가로, 독학으로 건축을 배운 독특한 이력을 가졌습니다. 원래 권투선수였던 그는 여행 중 유럽의 건축에 매료되어 건축가의 길로 들어섰고, 정규 교육 없이도 독학으로 세계적인 명성을 날렸다고 합니다.

 

그의 대표작으로는 ‘빛의 교회’, ‘물의 교회’, ‘나오시마 지중미술관’, 그리고 우리나라에는 제주도 섭지코지에 있는 '글라스 하우스'와 이곳 강원도 원주의 ‘뮤지엄 산’ 등이 있습니다.

 

자연과 공간, 빛의 조화를 중시한 미니멀한 콘크리트 건축이 특징인데요,  “자연과 대화하는 건축”을 추구하고, 인간의 감성과 영성을 자극하는 공간을 창조하는 데 집중한다고 합니다.

 

그는 프리츠커상(1995)을 비롯해 수많은 국제적 건축상을 수상했고, 현대 건축의 거장으로 평가받으며 지금도 세계인의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 1941년 일본 오사카 출생
  • 1976년 ‘스미요시 나가야’ 완공 – 미니멀 건축의 출발점
  • 1989년 ‘빛의 교회’ 완공 – 빛과 공간의 극적인 조화
  • 1995년 프리츠커 건축상 수상 – 건축계의 노벨상
  • 2008년 제주 ‘글라스하우스’ 완공 – 한국 자연과 조화된 미술관
  • 2014년 원주 ‘뮤지엄 산’ 완공 – 자연 속 명상적 공간 설계
  • 2023년 뮤지엄 산에 조각 작품 ‘청춘’ 설치 – 시인 사무엘 울만의 정신을 공간으로 표현

안도 타다오의 건축은 자연과 함께 숨 쉬는 공간을 만드는 데 집중합니다. 빛, 바람, 물 같은 자연 요소를 끌어들여 건축 안에서 시간과 감성을 느끼게 하죠. 

 

노출 콘크리트와 단순한 형태를 통해 절제된 아름다움을 추구하며, 그 공간은 주변 환경과 조화를 이루며 마치 자연의 일부처럼 존재합니다.

 

그는 건축을 통해 사람들이 스스로 사유하고 명상할 수 있는 장소를 만들고자 했고, "적을수록 풍요롭다"는 미학을 일본 전통 정서와 결합해 독창적인 철학을 완성했습니다.

 

 

안도 타다오 – 《청춘》

푸른 사과 모양의 이 조형물은, 안도 타다오가 인생과 젊음에 대해 오랜 시간 품어온 철학의 결실로 보입니다.

 

그는 어느 날 미국의 시인 사무엘 울만의 시 「청춘(Youth)」을 읽고 깊은 감동을 받았다고 합니다.
"청춘은 인생의 한 시기가 아니라, 마음의 상태"라는 구절에서 큰 영감을 받은 것 같습니다. 

 

완전하지 않은 파란 사과의 형태는 미완성과 가능성, 희망의 상징이며, 그 자체로 계속되는 삶의 여정과 젊은 정신을 담고 있는 듯합니다.

 

자연과 조화를 이루는 뮤지엄 산의 풍경 속에서 거대한 사과 《청춘》은 관람객에게도 자신의 삶과 마음속에 새로운 에너지를 선사합니다.

 

 

사무엘 울만 (Samuel Ullman)의 시

 

청춘 

                                   (사무엘 울만의 78세 작품)

 

청춘이란 인생의 어떤 한 시기가 아니라

어떤 마음가짐을 뜻하나니

장밋빛 볼 붉은 입술 강인한 육신을 뜻하지 않고

풍부한 상상력과 왕성한 감수성과 의지력

그리고 인생의 깊은 샘에서 솟아나는 참신함을 뜻하나니

 

생활을 위한 소심함을 초월하는 용기

안이함에 대한 집착을 초월하는 모험심

청춘이란 그 탁월한 정신력을 뜻하나니

때로는 스므살의 청년보다

예순살의 노인이 더 청춘일 수 있네

 

누구나 세월만으로 늙지 않고

이상을 잃어버릴 때 늙어가네

 

세월은 살결의 주름을 만들지만 

열정을 상실할 때 영혼은 주름지고

근심 두려움 자신감상실은

기백을 죽이고 정신을 타락시키네

 

그대가 젊어 있는 한,

예순이건 열여섯이건

가슴속에는 경이로움에의 동경과

아이처럼 왕성한 매래에의 탐구심과

인생이라는 게임에 대한 즐거움이 있는 법

 

인간의 가슴 한복판에는 저마다 무선 기지국이 있어,

아름다움과 희망 그리고 환희와 용기를 수신하는 한

그대는 청춘이라네

 

그대의 안테나가 내려가고,

정신이 비관주의라는 얼음과

냉소주라는 눈 으로 덮일 때,

그대는 스므살이라도 노인이라네

 

그러나 그대의 안테나가

낙관주의라는 주파수를 잡고 있는 한,

그대는 여든 살로도 청춘의 이름으로 죽을 수 있네

 

 

 

원문:

Youth

 

Youth is not a time of life it is a state of mind.

It is not a matter of rosy cheeks,

red lips and supple knees.

It is a matter of the will,

a quality of the imagination,

a vigor of the emotions;

it is the freshness of the deep springs of life.

 

Youth means a temperamental predominance

of courage over timidity,

of the appetite for adventure over love of ease.

This often exists in a man of sixty

more than a boy of twenty.

 

Nobody grows old by

merely living a number of years.

People grow old by deserting their ideals.

 

Years may wrinkle the skin,

but to give up enthusiasm wrinkles the soul.

 

Worry, doubt, self-distrust, fear and despair

these bow the heart and

turn the spirit back to dust.

 

Whether sixty or sixteen,

there is in every human being’s heart

the lure of wonder,

the unfailing childlike appetite for what’s next,

and the joy of the game of living.

 

In the center of your heart and my heart

there is a wireless station:

so long as it receives messages of

beauty, hope, cheer and courage

so long are you young.

 

When the aerials are down,

and your spirit is covered with

snows of cynicism and the ice of pessimism,

then you are grown old even at twenty.

 

But as long as your aerials are up,

to catch waves of optimism,

there is hope you may die young at eighty.

                                                                                                                                     

                          ( written at the age of 78)                       

 

 

사무엘 울만 (18401924)

 

 

출생: 1840413, 독일 하이델베르크

사망: 1924321, 미국 앨라배마주 버밍햄

국적: 미국

직업: 시인, 교육자, 상인, 유대교 공동체 지도자

대표작: Youth (청춘)            

 

 

사무엘 울만은 1840 독일에서 출생했으며, 11살에 가족과 함께 미국으로 이민합니다

 

미국 남북전쟁 당시 북군에 복무한 후, 상인과 교육자 그리고 유대교 공동체의 지도자로서 활동했습니다말년에는 시와 수필을 쓰며 조용한 삶을 살았고, 당시에는 시인으로 크게 유명하진 않았다고 합니다.

 

청춘 (Youth)’의 세계적 명성

 

울만의 시 Youth(청춘)는 그가 70대에 쓴 작품으로, 처음에는 지역 신문에 실렸지만, 전 세계적으로 알려지게 된 데에는 한 인물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습니다.

 

미국 장군 더글러스 맥아더가 그의 사무실 벽에 이 시를 걸어두었고, 이로 인해 시는 2차 세계대전 후 일본과 전 세계에 널리 알려지게 되었다고 합니다.  맥아더는 이 시를 깊이 사랑했고, 많은 연설이나 편지에서 자주 인용했습니다.

이 시는 특히 노년에도 청춘의 정신을 잃지 말라는 메시지로, 수많은 사람들에게 용기와 감동을 주게 됩니다.

 

미국 앨라배마주 버밍햄에는 사무엘 울만 박물관(Samuel Ullman Museum)이 있으며, 울만의 삶과 작품, 그리고 청춘이 남긴 영향을 전시하고 있습니다일본에서는 특히 울만의 영향력이 커서, 그를 기념한 전시나 책 번역도 꾸준히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오늘날에도 한국 미국 일본  등지에서 이 시는 졸업식 연설, 자기 계발서, 리더십 강의 등에서 자주 인용됩니다. 또한 노년에도 새로운 일을 시작하는 사람들, 좌절에서 다시 일어나는 사람들에게도 여전히 큰 영감을 주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