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콘클라베》 Conclave (2024)
- 감독: 에드워드 버거 (Edward Berger)
- 원작: 로버트 해리스 『콘클라베』
- 출연: 랄프 파인즈, 존 리스고, 스탠리 투치, 이사벨라 로셀리니 외
- 장르: 드라마, 스릴러
- 러닝타임: 120분
- 공식 개봉일: 2024년 11월 (해외 기준)
- 한국 개봉일: 2025년 3월 5일
- 상영관: CGV, 메가박스, 롯데시네마 등
- 관람 등급: 12세 이상 관람가
- 내용:
교황의 죽음 이후, 전 세계 추기경들이 차기 교황을 선출하기 위해 바티칸에 모인다. 신앙과 야망, 과거의 비밀이 충돌하는 가운데, 한 남자가 신념과 양심 사이에서 결단을 내려야 한다.
지난주 토요일 밤에는 오랜만에 영화를 보려고 판교에 있는 롯데 시네마에 갔습니다. 예약이 별로 없는 시간대여서 앞에 사람이 없는 중앙 좌석을 예약했습니다. 시스티나 성당과 마르타의 집에 직접 들어간 느낌을 받으려는 나름의 작전이었는데 성공적이었습니다.
마르타의 집은 바티칸에 있는 손님의 집인데, 프란치스코 교황님의 경우에는 교황 전용 거처를 사양하고 임기 내내 소박한 마르타의 집에서 생활하셨다는 이야기를 들었거든요. 영화를 보는 내내 음향과 영상 덕분에 바티칸에 머무르며 시스티나 성당과 마르타의 집을 오가는 호사를 덤으로 누렸습니다.

영화는 교황이 선종한 후, 바티칸에서 새 교황을 선출하는 '콘클라베(Conclave)',를 소집하는 걸로 시작합니다. 117명의 추기경들이 모인 시스티나 성당 안, 세상과 완전히 단절된 그곳에서 권력, 신념, 인간성, 그리고 비밀이 얽히고설킨 치열한 심리전이 펼쳐지게 되는데요.
주인공 로렌스 추기경은 진실을 좇으며, 때로는 양심과 의무 사이에서 갈등합니다. "확신"과 관련된 테마도 굉장히 중요하게 다뤄집니다. 그는 다음과 같이 말합니다.

"우리의 신앙은 의심과 나란히 걷기 때문에 살아 있는 것입니다. 만약 확신만 있고 의심이 없다면, 신비도 존재하지 않을 것이고, 따라서 신앙도 필요 없을 것입니다.
우리는 하느님께, 의심하는 교황을 보내주시기를 기도해야 합니다. 또한 죄를 짓고, 용서를 구하고, 다시 걸어가는 교황을 보내주시기를 기도해야 합니다.
...내가 무엇보다 두려워하게 된 죄가 하나 있다면, 그것은… 확신입니다."
("Our faith is a living thing precisely because it walks hand-in-hand with doubt. If there was only certainty and no doubt, there would be no mystery. And therefore no need for faith. Let us pray that God will grant us a Pope who doubts. And let him grant us a Pope who sins and asks for forgiveness and who carries on.
...There is one sin which I have come to fear above all others… certainty.") — 토마스 로렌스 추기경
《콘클라베》에서는 단순히 "믿는 것" 자체보다, 확신이 인간을 오히려 오만하게 만들 수 있다는 점을 굉장히 무겁고 조심스럽게 다루고 있습니다. 그래서 확신은 신념과 야망, 죄와 용서 사이를 가르는 아주 중요한 테마로 기능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대사들은 영화의 중심 주제인 믿음과 확신, 그리고 인간의 불완전성을 깊이 있게 다루고 있습니다. 특히, 로렌스 추기경의 이러한 발언은 관객에게 절대적인 확신이 오히려 위험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달하며, 의심과 겸손함이 진정한 신앙의 본질임을 강조합니다.

영화 초반에 가볍게 등장하는, 비밀리에 임명되었다는 새로운 추기경이 나타나는데요. 조연으로 오해했지만 결론으로 가면 가장 중요한 인물로 부상하게 되지요. 바로 카불 대주교 빈센트 베니테즈(Cardinal Vincent Benitez)입니다.
그는 교회에 대한 깊은 통찰을 담은 인상적인 대사를 남깁니다. 전쟁과 폭력의 현장을 직접 경험한 인물로서, 교회가 정치적 이념이나 보복보다는 사랑과 용서를 실천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달합니다.
극 중 테러 공격 이후, 일부 추기경들이 강경 대응을 주장하는 상황에서 베니테즈 추기경이 평화와 용서를 강조하며 짧은 연설을 합니다. 그의 발언은 교회가 직면한 도전과 변화의 필요성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며, 관객에게 깊은 울림을 줍니다. 그리고 가벼운 역할이 아님을 확신하게 되죠.

"나는 콩고, 바그다드, 카불에서 사목 활동을 했습니다. 그곳에서 기독교인과 무슬림이 함께 누워 있는 시체의 행렬을 보았습니다. 당신은 우리가 싸워야 한다고 말합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무엇과 싸우는 것입니까? 오늘 이 끔찍한 행위를 저지른 그 망상에 빠진 사람들과 싸우는 것입니까? 아니요, 형제여. 우리가 싸워야 할 것은 바로 여기, 우리 각자의 내면에 있습니다. 지금 증오에 굴복하고, '편'을 나누어 말한다면, 우리는 모든 남성과 여성 모두를 위한 목소리를 잃게 됩니다.
...이곳에 처음 왔고, 아마 마지막이 될 것입니다. 용서하십시오. 지난 며칠 동안 우리는 자신들만을 생각하는, 작고 편협한 사람들처럼 행동했습니다. 로마와 선거, 권력에만 관심을 가졌습니다. 그러나 이런 것들은 교회가 아닙니다. 교회는 전통이 아닙니다. 교회는 과거가 아닙니다. 교회는 우리가 다음에 무엇을 하는가입니다 ( The church is not the past. It is what we do next)."
— 빈센트 베니테즈 추기경
우여곡절 끝에 빈센트 추기경이 3분의 2 투표를 얻어 교황으로 결정됩니다. 그런데 마지막 난관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카불 주교 빈센트 추기경의 의료 기록을 받아 든 주인공은 교황 발표 직전 고뇌에 빠집니다. 가톨릭 전통은 남자 교황을 원칙으로 하는데 빈센트 추기경의 의료 기록에는 선천적으로 자궁을 가지고 태어난 것이 밝혀져 있었던 것입니다. 맹장 수술을 하면서 우연히 발견하게 된 사실이지만 제거를 종용받기도 했던 거죠.
"나는 신이 만드신 그대로의 나입니다 ( I am who God made me to be ) ."
— 빈센트 베니테즈 추기경
짧지만 매우 강력한 의미를 담고 있는 문장입니다. 이 말은 베니테즈 추기경이 자신의 정체성과 존재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태도를 드러내며, 신앙과 인간의 다양성에 대한 포용을 드러내는데요. 영화의 핵심 메시지인 포용, 겸손, 진정성을 상징합니다.
로렌스 추기경의 고뇌에 찬 얼굴이 클로즈업되지만, 장면이 바뀌면서 굴뚝에 하얀 연기가 피어오릅니다. 백성들에게 교황이 선출되었다는 기쁜 소식을 알리는 전통에 따라 그날도 그렇게 한 것입니다.
우리 모두 각자의 '콘클라베'를 살아가는 건 어떨까 생각해 봅니다. 매 순간 선택하고, 갈등하고, 때로는 스스로를 속이면서 좌절하기도 하지만, 결국 제대로 식별해 내면서 앞으로 나아가는 원동력이 되는 콘클라베를요!
이제 얼마 안 있으면 진짜 콘클라베가 열린다니 지켜볼 일입니다.

🔑콘클라베(Conclave)란?
-어원: 라틴어 "cum clave" → "열쇠( clave )와 함께" 또는 "열쇠를 가지고"
-의미: 문을 잠그고 안에서만 회의를 한다는 뜻.
(추기경들이 외부 간섭 없이 신의 뜻에 따라 자유롭게 교황을 선출하도록, 물리적으로 외부와 격리)
- 기원: 최초의 교황이라 할 수 있는 성 베드로의 뒤를 잇는 교황 선출의 순수성을 지키기 위해, 13세기 비테르보 (Viterbo) 사건이 콘클라베의 기원이 됨.
※13세기 비테르보(Viterbo) 사건:
당시는 로마가 정치적으로 매우 혼란스러워, 교황과 교황청이 임시로 로마 북쪽에 위치한 비테르보에 있던 시기였습니다.
문제 발생은 (1268~1271) 교황 클레멘스 4세가 죽은 뒤, 새 교황을 뽑기 위해 추기경들이 비테르보에 모였을 때 입니다. 모이긴 했지만 파벌 다툼과 정치적 개입 때문에 무려 2년 9개월 동안 교황을 선출하지 못했습니다.
비테르보 시민들이 분노하여, 추기경들을 회의장에 가두고 지붕을 뜯어버려 비·햇빛을 맞게 하고, 식량 공급을 줄이며 압박했습니다. 결국 추기경들은 교황 그레고리오 10세를 선출하게 되는데요. 이후 이 경험을 바탕으로, 1274년 제2차 리옹 공의회에서 공식 "콘클라베 제도"가 만들어졌다고 합니다.
<시기별 콘클라베의 변화와 특징>
4~11세기 | -만장일치 이상적 요구. -교황은 모두의 일치된 신앙으로 선출되어야 한다고 믿음. -장소: 로마 주요 성당들(특정 고정 장소 없음). |
1059년 | -《주님의 양떼 선포문》 (In Nomine Domini) 발표. -교황 선출권을 추기경단에 한정. (민중/귀족 영향 차단). |
12~13세기 초 | -여전히 만장일치가 선호되었으나, 현실적 어려움 존재. -선출 지연·혼란이 빈번. |
1274년 | -제2차 리옹 공의회. 4분의 3 이상 득표제 도입 (공식화). -외부 단절, 음식 제한 등 규칙 도입. -장소: 교황 선출을 위해 추기경들을 "열쇠로 잠근 채" 격리시키는 전통 확립. |
1294년 | -교황 첼레스티노 5세, 자진 사임 허용 (교황직의 사임 가능성 제도화). |
16~17세기 | -콘클라베 전통 확립. -다양한 정치 세력 개입 시도 (특히 프랑스·스페인). |
20세기 | -교황 바오로 6세(1970), 80세 이상 추기경 투표권 박탈. -요한 바오로 2세(1996), 현대적 콘클라베 헌장 《Universi Dominici Gregis》 제정. |
현재 | -선거권 있는 추기경 최대 120명. 3분의 2 이상 득표 유지. -장소: 바티칸 시국, 시스티나 성당(Sistine Chapel). -숙소: 산타 마르타 하우스(Santa Marta Residence). - 엄격한 비밀 유지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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