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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예술

봄에 시작하기 좋은 취미: 보타니컬 아트(Botanical Art)

작년 이맘때 파리 식물원에서 찍은 사진들을 보며 미리 봄꽃맞이를 해봅니다. 어느 도시를 가든 빠듯한 일정이라도 꼭 식물원에 가고 싶어 하는 이유가 있는데요. 바로 보타니컬 아트(Botanical Art) 덕분입니다.

겹벚나무 kanzan

 

오늘은 보타니컬 아트(Botanical Art)에 대한 이야기를 하려고 합니다. 벌써 옛날이야기가 된 듯 가물가물 하지만 코로나19 대유행으로 모든 일상이 완전히 멈추어 버린 시기를 모두가 기억할 텐데요. 그러다가 마스크를 쓰고 조금씩 공식 모임이 가능해지게 되던 시기가 있었습니다. 그 시기에 친구와 함께 일주일에 한번 만나서 함께 시작한 취미가 바로 보타니컬 아트였습니다.

 

튤립

 

 

평소에 세밀화 삽화에 관심이 갔고 게다가 꽃 세밀화라니 호기심이 발동 했던 거죠. 하지만 미술적 재능이 없는 저로서는 그림 자체 보다는 친구와 함께 보낼 수 있는 시간이 좋았던 것 같습니다. 그렇게 시작한 취미였는데 막상 하고 보니 의외의 효과를 발견하게 되었는데요. 헤매기 일쑤지만 막상 꽃잎 하나에 몰입하기 시작하면 잡념이 사라지고 머리가 맑아지면서 진정한 휴식 상태를 경험하게 되더라고요.

 

 

파리 식물원 전경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주변 식물들을 더 깊은 관심과 애정을 가지고 들여다보게 되기도 하구요. 게다가 저의 서툰 실력으로 그린 두 번째 그림 팬지와 세 번째 그림 금붓꽃을 갖고싶어 해주는 착한 친구가 있어서 선물했는데요. 하나는 미국으로 하나는 화곡동으로 건너 갔습니다. 평생 친구들이 함박웃음을 지으며 기뻐하고 소중하게 모시고 가는 모습에  저도 무척 행복했답니다.

 

팬지 그림

 

금붓꽃 그림

 

보타니컬 아트는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그림을 넘어서, 자연과 교감할 수 있는 취미인 것 같습니다. 게다가 주변 문화센터에 강좌도 많이 열리는 것 같구요. 정밀한 작업이지만 누구나 쉽게 시작할 수 있고 상상 이상으로 여러 가지로 좋은 점들을 많이 가지고 있습니다

 

 

<보타니컬 아트가 주는 효과>

 

 

스트레스 해소와 힐링 효과:

식물을 관찰하고 그리는 과정에서 집중력이 높아지고, 자연 속에 있는 듯한 안정감을 느끼기도 합니다. 명상과 비슷한 효과를 주어 마음을 차분하게 하고 스트레스를 줄이는 데도 효과적입니다.

인내심과 집중력 향상:

식물을 세밀하게 묘사하려면 꾸준한 관찰과 집중이 필요하므로, 자연스럽게 인내심이 길러지고, 몰입하는 과정에서 심리적 안정감을 얻을 수 있습니다.

창의력과 표현력 발달:

다양한 꽃과 잎을 그리면서 색을 섞고 조합하는 능력이 향상되고, 꽃을 세밀하게 관찰하며 형태, 질감, 색의 변화를 포착하는 능력도 생깁니다.

쉬운 접근성 :

보타니컬 아트는 전문적인 기술이 없어도 기초부터 천천히 배우며 발전할 수 있습니다. 미술 경험이 없어도 가능하고, 기본적인 연필 스케치와 색칠 기술만 익히면 그림을 완성할 수 있습니다.

자연과 더 가까워지는 경험:

자연을 더 깊이 이해하는 기회를 제공해서, 꽃과 식물을 직접 관찰하며 계절의 변화와 자연의 섬세한 아름다움을 새롭게 발견할 수 있습니다. 식물의 구조와 특징을 세밀하게 그리다 보면, 자연을 바라보는 시선 또한 달라지는 것 같습니다.

 

 

<보타니컬 아트의 역사>

 

보타니컬 아트의 기원을 살펴보면 아주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습니다. 식물을 과학적으로 정확하게 그리면서도 예술적으로 표현했던 것을 알 수 있는데요. 이미 수천 년 전부터 존재해왔고, 식물학, 약학, 예술의 발전과 함께 변화하며 지금까지 이어오고 있습니다.

 

1. 고대 문명에서의 보타니컬 아트

 

고대 이집트 시대:

고대 이집트 시대 (BC 1500년경) 에 식물은 장례 의식과 신앙에서 중요한 역할을 했으며, 파피루스 두루마리와 벽화에 다양한 식물이 묘사되었습니다. 특히 에버스 파피루스(Ebers Papyrus)에는 약용 식물들이 삽화와 함께 기록되어 있습니다.

고대 그리스 로마 (BC 4세기~AD 5세기) 시대:

아리스토텔레스(Aristotle)와 그의 제자 테오프라스토스(Theophrastus)가 식물 연구를 체계적으로 정리했는데, 삽화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디오스코리데스(Dioscorides)가 저술한 데 마테리아 메디카(De Materia Medica)(기원후 1세기)는 약용 식물에 대한 상세한 삽화가 포함된 중요한 문헌입니다.

 

2. 중세 수도원과 허벌 도감(Herbal Manuscripts)의 시대 (AD5~15):

 

중세 유럽에서는 수도사들이 약초학을 연구하며 허벌 도감을 제작했습니다. "비엔나 디오스코리데스(Vienna Dioscorides)"는 대표적인 중세 허벌 도감으로, 정교한 식물 삽화가 포함되어 있습습니다. 아랍 세계에서도 보타니컬 아트가 발달하여, 이븐 시나(Ibn Sina)의 저서에도 식물 삽화가 있습니다.

 

3. 르네상스 시대 - 과학적 탐구와 예술의 만남 (AD15~17):

 

르네상스 시대에는 자연을 세밀하게 관찰하는 과학적 접근법이 발전하면서, 식물 삽화도 더욱 정밀해졌습니다. 레오나르도 다 빈치(Leonardo da Vinci)는 식물의 형태와 구조를 분석하여 과학적인 드로잉을 남겼습니다. 오토 브룬펠스(Otto Brunfels), 레온하르트 푸크스(Leonhart Fuchs) 등의 식물학자들은 정밀한 삽화가 포함된 식물도감을 출판하기도 했습니다.

 

4. 대항해 시대 - 새로운 식물의 기록 (AD17~18):

 

17~18세기에 유럽 탐험가들이 아메리카, 아프리카, 아시아로 진출하면서 새로운 식물들이 발견되었습니다. 마리아 시빌라 메리안(Maria Sibylla Merian)은 남아메리카에서 곤충과 식물을 연구하며 세밀한 삽화를 남겼습니다. 카를 폰 린네(Carl von Linné, 1707~1778)는 식물 분류학을 체계화하면서 정밀한 보타니컬 아트가 더욱 중요해졌습니다.

 

5. 19세기 - 보타니컬 아트의 황금기:

 

과학과 예술이 완벽한 조화를 이룬 시기로서 산업 혁명과 함께 인쇄 기술이 발달하면서, 식물 삽화가 대중적으로 보급되었습니다. 피에르 조셉 르두테(Pierre-Joseph Redouté)는 왕실 화가로 활동하며, 장미와 백합 같은 식물을 정밀하게 그렸습니다. 빅토리아 시대에는 보타니컬 아트가 대중적인 취미로 자리 잡았으며, 식물 일러스트가 널리 유행했습니다.

 

6. 20세기 이후 - 현대 보타니컬 아트:

 

20세기에 들어서며 사진 기술이 발전하면서 과학적 기록으로서의 역할은 줄어들었습니다. 그러나 예술적 가치가 강조되면서, 보타니컬 아트는 하나의 독립적인 예술 장르로 자리 잡았습니다.

 

국제 보타니컬 아트 협회(Society of Botanical Artists, SBA, 1985년 설립)를 비롯한 여러 단체들이 보타니컬 아트를 장려하고 교육하고 있습니다. 현대 보타니컬 아티스트들은 전통적인 기법뿐만 아니라 디지털 아트 등 다양한 기법을 활용하여 작품을 제작하고 있습니다.

 

보타니컬 아트는 고대 문명에서 시작되어, 중세의 허벌 도감, 르네상스의 과학적 연구, 대항해 시대의 식물 탐험, 19세기의 황금기를 거쳐 현대까지 이어져 왔습니다. 오늘날에도 과학적 기록과 예술적 표현이 결합된 독창적인 장르로 여전히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고 있습니다.

 

 

<파리 식물원(Jardin des Plantes) 안내>

 

 

위치: 프랑스 파리 5

운영 시간: 매일 오전 730~ 저녁 8(계절에 따라 변동)

입장료: 정원 자체는 무료, 일부 전시관은 유료

 

파리 식물원은 프랑스 국립 자연사 박물관에 속한 역사 깊은 식물원입니다. 1626년 왕실 약초원을 목적으로 조성되었고, 현재 식물 연구, 교육, 보존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주요 시설

대형 식물 정원:

다양한 꽃과 나무가 조성된 아름다운 정원으로 프랑스에서 가장 오래된 식물원 중 하나입니다. 희귀식물을 포함해 6,000종 이상의 식물이 자라고 있습니다.

국립 자연사 박물관:

식물, 동물, 광물 등 다양한 전시를 감상할 수 있는 박물관으로, 진화 대전(Grande Galerie de l’Évolution)에서는 동물과 생태계의 변화를 관찰 할 수 있습니다.

대형 온실(Serres Tropicales):

아열대 및 열대 식물을 볼 수 있는 유리 온실로, 다양한 희귀식물과 거대한 열대 나무들이 전시되어 있습니다.

공룡과 화석 전시:

박물관 내에는 공룡 뼈, 화석, 희귀 광물 등이 전시되어 있는데, 특히 고생물학 전시관(Galerie de Paléontologie)은 공룡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인기가 많습니다.

동물원 (Ménagerie du Jardin des Plantes)

1794년에 개장한 작은 동물원으로, 희귀 동물과 조류를 가까이서 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