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에 그림 구경을 하러 예술의 전당에 다녀왔는데요. “빛의 화가 카라바조 & 바로크의 얼굴들”이라는 전시회답게 카라바조의 그림이 많았습니다. 무엇보다 이번에 전시된 그림들은 유리 액자 없이 전시되어 있어서 화가와 직접 대면하는듯한 기분이었네요. 뒤에 소개할 김상근 교수님의 『카라바조, 이중성의 살인미학』을 미리 읽고 가서 그런지, 화가의 처절했던 삶과 그의 그림들이 겹쳐지면서 마음이 아파오기도 했답니다. 어둑한 전시장의 독특한 조명과 분위기 덕분에 온전히 집중하며 르네상스 시대를 살았던 천재화가들의 기운을 받고 돌아온 행복한 날이었습니다.
<책 리뷰: 『카라바조, 이중성의 살인미학』>
김상근 교수님은 5년간 세계 각국의 미술관을 직접 방문하며 연구해서 카라바조의 작품을 탐구하였다는데요. 『카라바조, 이중성의 살인미학』이 그 결과물입니다. 이 책은 16세기 르네상스를 마무리하고 17세기 바로크 시대를 연 이탈리아의 천재 화가 미켈란젤로 메리시 다 카라바조(1571~1610)의 생애와 작품 세계를 조명한 글입니다.
이 책은 카라바조의 생애를 무명 시절부터 델 몬테 추기경과의 만남, 종교화가로서의 성공, 살인 후 도피 생활 등으로 나누어 연대기적으로 서술하고 있습니다. 특히 카라바조는 당시 종교화에서 흔히 볼 수 없었던 로마의 뒷골목 사람들—거지, 불량배, 매춘부, 집시, 협잡꾼 등—을 작품 속에 등장시켜 그들을 예수, 성자, 막달라 마리아 등으로 표현했습니다.
이는 속된 것 속에서 성스러움을 찾으려는 그의 독특한 예술관을 보여줍니다. 또한 카라바조는 빛 과 어둠을 극적으로 대비시키는 '테네브리즘' 기법을 창시하여 극사실적인 아름다움을 표현하였습니다. 그의 작품은 삶과 죽음, 성과 속의 이중성을 담아내며, 종교적 폭력성과 인간 내면의 복잡성을 동시에 드러냅니다. 『카라바조, 이중성의 살인미학』은 이러한 카라바조의 예술적 혁신과 그의 격정적인 삶을 풍부한 자료와 상세한 해설로 풀어내고 있습니다.
카라바조(1571~1610)의 사생활은 그의 작품만큼이나 극적이고 논란이 많았습니다. 격렬한 성격과 방탕한 생활로 유명했는데, 그래서 끊임없이 싸움과 법적 문제에 휘말렸습니다.
1. 불안정한 생활과 폭력성
카라바조는 로마에서 활동하던 시절, 술집과 도박장을 전전하며 거칠고 난폭한 성격을 드러냈습니다. 쉽게 분노를 표출했고, 여러 차례 칼부림과 폭력 사건에 연루되기도 했습니다. 당시 기록에 따르면, 공공장소에서 칼을 휘두르거나 남에게 상처를 입힌 일로 여러 번 체포된 적이 있습니다.
2. 결투에 휘말려 저지른 살인과 도피 생활
1606년, 카라바조는 한 결투에서 로마의 유명한 악당 란초 토마소를 살해하는 사건을 일으킵니다. 이 사건의 정확한 원인은 불분명하지만, 도박 시비 또는 여성 문제 때문이라는 설이 있습니다. 이후 그는 살인 혐의로 로마에서 수배당하고, 평생 도피 생활을 하게 됩니다. 로마를 떠난 그는 나폴리, 몰타, 시칠리아 등지를 떠돌며 작품 활동을 이어갔습니다. 워낙 실력이 출중해서 가는 곳마다 미술 애호가들의 환영을 받습니다. 특히 몰타에서는 기사단의 보호를 받으며 작품을 제작했지만, 또다시 폭력 사건에 연루되어 투옥되었다가 탈출하는 등 끊임없는 문제를 일으켰습니다.
3. 일반적이지 않은 모델들과 동성애 의혹
카라바조는 종교화에서 일반적인 성인 이미지 대신 로마의 하층민을 모델로 사용했습니다. 그는 매춘부, 부랑자, 거리의 젊은이들과 교류했으며, 이들 중 일부는 그의 주요 모델이었습니다. 그림 속 남성 모델이 관능적으로 묘사된다는 점 때문에 동성애 성향이 있었을 것이라는 주장도 있습니다. 그러나 그가 특정 성적 지향을 가졌다는 명확한 증거는 없습니다.
4. 죽음과 관련된 미스터리
1610년, 카라바조는 로마로 돌아가 사면받기 위해 항해 중이었지만, 원인을 알 수 없는 병에 걸려 사망했습니다. 정확한 사인은 아직도 논란이 많으며, 말라리아, 중독, 매독, 납 중독, 또는 살해당했다는 설이 존재합니다.
카라바조의 사생활은 그의 작품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으며, 그의 삶 자체가 하나의 드라마와 같았습니다. 그런 격정적인 삶이 그의 강렬한 예술 세계를 형성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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