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구약성경의 창세기 1장 1절과 로마에 있는 미켈란젤로의 천장벽화 '천지창조'에 대해서 함께 알아보려고 합니다.
한때 번역을 공부하고 번역 일을 해왔던 저의 습관 중 하나는 너무 좋은 책을 만났을 때 원문을 찾아보는 것입니다. 물론 원어가 영어일 때 이야기이죠.
하지만 뭐니뭐니해도 원문이 가장 궁금한 책은 성경이었습니다. 성경은 기독교인들의 경전인 동시에 인류가 사랑한 최장수 베스트셀러이기도 합니다. 서구 문화의 근간으로 수많은 문학과 예술 이면에 숨어있기도 하구요. 어디서나 쉽게 만나지만 성경의 원문에 접근하기까지는 긴 시간이 필요했습니다.
이제 겨우 접근하게 되었고 그래서 이제부터 설레는 마음으로 하나씩 알아보려고 합니다. 무작정 원어성경으로 다이빙하는 이유는, 보통 언어공부 과정처럼 문법 어휘 공부 이후로 미루다가는 원어성경을 영영 못 볼것같은 불길한 예감때문입니다. 불길한 예감은 피하는게 상책이겠죠?
구약성경 (창세기 1,1) |
בְּרֵאשִׁית בָּרָא אֱלֹהִים אֵת הַשָּׁמַיִם וְאֵת הָאָרֶץ ( 베레쉬트 바라 엘로힘 엩 핫솨마임 웨엩 하아레츠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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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어 (천주교) |
한 처음에 하느님께서 하늘과 땅을 창조하셨다. | 가독성 높인 부드러운 번역 |
한국어 (개신교) |
태초에 하나님이 천지를 창조하시니라. | 직역에 가깝고, 한자어와 고어체 사용 |
영어 (KJV) |
In the beginning God created the heavens and the earth. | 히브리어 원전에 충실 |
그리스어 (70인역) |
Ἐν ἀρχῇ ἐποίησεν ὁ θεὸς τὸν οὐρανὸν καὶ τὴν γῆν. | ἀρχή(태초)"의 철학적 의미 포함 |
히브리어 | בְּרֵאשִׁית בָּרָא אֱלֹהִים אֵת הַשָּׁמַיִם וְאֵת הָאָרֶץ | "한 처음"이라는 개념 강조 |
히브리어는 모양도 생소하지만 읽는 방향도 우리말 반대입니다. 오른쪽에서 시작해서 왼쪽 방향으로 한 철자씩 읽어야 합니다. 우리나라의 훈민정음도 오른쪽에서 시작하지요.
← 히브리어 읽기 방향
בְּרֵאשִׁית בָּרָא אֱלֹהִים אֵת הַשָּׁמַיִם וְאֵת הָאָרֶץ
בְּרֵאשִׁית ⓶ בָּרָא ⓷ אֱלֹהִים ⓸ אֵת ⓹ הַשָּׁמַיִם ⓺ וְאֵת ⓻הָאָרֶץ ⓵
하아레츠⓻ 웨엩⓺핫솨마임⓹엩⓸엘로힘⓷바라⓶베레쉬트⓵
⓻땅 ⓹하늘 ⓷하느님 ⓶창조하다 ⓵ 태초에
(한글 읽기 →⓵ 베레쉬트 ⓶바라 ⓷엘로힘 ⓸엩 ⓹ 핫솨마임 ⓺웨엩 ⓻하아레츠)
※ 창세기는 하느님이 세상을 창조하시고, 죄를 지어 타락해가는 인간의 구원 계획을 펼쳐 가는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노아의 홍수와 바벨탑 사건 이후, 하느님은 아브라함을 통하여 큰 민족을 이루실 것을 약속합니다. 아브라함의 후손인 야곱의 아들 요셉은 이집트의 총리가 되어 가족과 많은 백성을 구원합니다. 이렇게 창세기는 하느님의 섭리와 구원의 역사를 우리에게 들려줍니다.
<단어>
בְּרֵאשִׁית ( 베레쉬트 ) – "태초에" 히브리어 문법상 단순한 "시작"이라기보다는절대적 의미에서 "한 처음에".
특정한 순간이 아니라 과정의 시작을 의미할 수도 있음.
בָּרָא ( 바라 ) – "창조하다"라는 뜻의 동사.
이 단어는 주어가 하느님(אֱלֹהִים)일 때만 사용되며, 무(無)에서 창조하는 개념을 가짐.
(☞ 현대 히브리어 לַבְּרִיאוּת (라브리우트)는 바라에서 나온 말이라고 합니다. 영어 bless you! 처럼 신의 가호를 비는 말인데, 그 의미는 하느님이 천지를 창조하신 때로 돌아가라는 말이라고 합니다. 즉 모든 것이 완벽했던 그때처럼 가장 좋은 것을 취하고 건강하기를 기원하는 의미랍니다.)
אֱלֹהִים ( 엘로힘 ) – "하느님". 문법적으로 복수형이지만, 단수 동사 "바라"와 함께 쓰여 단일한 신을 의미.
유대교에서는 이 단어가 하느님의 위엄을 나타내는 방식이라고 해석함.
אֵת ( 엩 ) – 직접적인 번역이 어렵지만, 목적어를 강조하는 히브리어 문법 요소.
הַשָּׁמַיִם ( 핫솨마임 ) – "하늘". הַ (하) → 정관사 "the" ("그" 또는 "이") שָּׁמַיִם (솨마임) → 하늘(들)
복수형 형태로 되어 있어 단순히 '하늘'이 아니라 '하늘들(heavens)'을 의미할 가능성이 있음.
הָאָרֶץ ( 하에레츠 ) – "땅". הָ (하) → 정관사 "the" ("그" 또는 "이") אָרֶץ (에레츠) → 땅, 대지, 지구
★히브리어 원문은 ‘절대적인 시작점’ 인 "한 처음 " 을 강조하면서 하느님께서 하늘과 땅을 창조하셨다고 이야기 합니다.
"무에서의 창조" 개념을 명확히 표현하고 있습니다. 그리스어 번역은 철학적인 색채를 더하고, ‘하늘’의 개념이 단수로 축소되고, 영어 번역은 히브리어 원문의 구조를 충실히 따름니다.
한국어 번역은 천주교와 개신교 간 문체 차이가 있지만, 의미는 대체로 동일합니다.
각 번역은 신학적, 문화적 배경에 따라 미묘한 차이를 보이며, 원문의 의미를 온전히 파악하려면 히브리어 본문을 고려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미켈란젤로>
미켈란젤로(Michelangelo Buonarroti)와 구약성경의 첫 번째 책인 창세기(Genesis)는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습니다. 로마의 바틴칸 성베드로 성당에 있는 그의 대표적 걸작인 시스티나 성당 천장화가 바로 창세기를 표현한 것입니다. 미켈란젤로는 바티칸의 시스티나 성당 천장에 성경 창세기의 장면들을 웅장한 프레스코화로 그려 넣었는데요. 이 작품은 르네상스 미술의 정점을 보여주는 걸작으로 평가받으며 지금도 세계인의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1. 시스티나 성당 천장화와 창세기
미켈란젤로가 1508년부터 1512년까지 4년간 작업한 시스티나 성당 천장화는 창세기 1~9장의 내용을 바탕으로 합니다. 천장 중앙에는 창조와 인간의 타락, 그리고 노아의 이야기까지 총 9개의 주요 장면이 연속적으로 배치되어 있습니다.
이 중에서도 가장 유명한 작품은 아담의 창조(The Creation of Adam)로, 하나님이 아담에게 생명을 불어넣는 장면입니다.
2. 주요 장면과 창세기의 내용
천장화에 등장하는 창세기의 주요 장면들을 살펴보겠습니다.
① 빛과 어둠을 나누시는 하느님 (창세기 1:3-5)
천장화의 첫 번째 장면은 하느님이 세상의 어둠과 빛을 나누시는 모습입니다. 미켈란젤로는 근육질의 역동적인 하느님을 묘사하여, 신이 단순히 존재하는 존재가 아니라 강력한 창조자임을 강조합니다. 이 장면은 창세기에서 “빛이 생겨라" 하시니 빛이 생겼다” (창 1:3)라는 구절을 시각적으로 표현한 것입니다.
② 태양과 달, 식물의 창조 (창세기 1:11-19)
하느님이 하늘의 빛을 창조하시고, 태양과 달을 만드시는 모습이 묘사됩니다. 신이 힘차게 손을 뻗으며 창조의 행위를 하는 모습에서, 미켈란젤로 특유의 강렬한 표현력이 돋보입니다.
③ 아담의 창조 (창세기 1:26-27)
이 장면은 미켈란젤로의 천장화 중에서 가장 유명한 작품입니다. 하느님과 아담이 서로 손을 뻗고 있으며, 거의 맞닿을 듯한 손끝은 인간 창조의 절정을 상징합니다. 아담은 아직 생명이 불어넣어지지 않은 듯 나른하게 누워 있지만, 하느님의 손길이 다가옴으로써 곧 활력을 얻을 것 같은 순간이 포착되어 있습니다. 창세기의 "우리와 비슷하게 우리 모습으로 사람을 만들자" (창 1:26)라는 내용이 이 그림을 통해 생생하게 표현되고 있습니다.
④ 하와의 창조 (창세기 2:21-22)
하느님이 아담의 갈비뼈에서 하와를 창조하는 장면이 등장합니다. 하와는 경외심 가득한 표정으로 하나님을 바라보며, 그녀가 인간의 동반자로서 창조되는 순간을 묘사합니다. 이는 성경의 "여자를 지으시고, 그를 사람에게 데려오시자" (창 2:22)라는 구절과 연결됩니다.
⑤ 선악과를 먹는 아담과 하와 (창세기 3:1-7)
뱀(사탄)의 유혹을 받은 하와가 선악과를 따서 아담에게 건네는 장면이 그려져 있습니다. 선악과를 먹기 전후의 변화가 한 화면에 담겨 있으며, 왼쪽에서는 죄를 짓기 전의 순수한 모습, 오른쪽에서는 죄를 지은 후의 두려움과 수치심이 표현됩니다. 이는 "그러자 그 둘은 눈이 열려 자기들이 알몸인 것을 알고" (창 3:7)라는 구절을 그대로 반영한 것입니다.
⑥ 에덴동산에서의 추방 (창세기 3:23-24)
아담과 하와가 에덴동산에서 쫓겨나는 장면으로, 두 인물의 고통스럽고 비참한 표정이 강조됩니다. 하느님의 뜻을 어긴 인간의 죄와 그 결과를 강렬한 이미지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3. 미켈란젤로의 해석과 창세기의 메시지
① 하느님을 인격적으로 묘사한 점
미켈란젤로의 그림에서 하느님은 나이 든 노인으로 표현되지만, 동시에 근육질의 강인한 존재로 묘사됩니다.
이는 신을 단순히 초월적인 존재로만 보는 것이 아니라, 행동하고 창조하는 힘 있는 존재로 이해하려는 르네상스적 사고방식을 반영합니다.
② 인간의 존엄성 강조
아담의 창조에서 아담은 피조물이지만, 신과 거의 동등한 모습으로 표현되었습니다. 이는 인간이 단순한 피조물이 아니라, 하느님의 형상을 따라 창조된 고귀한 존재임을 강조한 것입니다 (창 1:26).
③ 원죄와 인간의 한계
선악과를 먹는 장면과 추방 장면은 인간의 한계를 보여줍니다. 미켈란젤로는 인간이 위대한 창조물이면서도, 동시에 죄를 짓고 고통받는 약한 존재임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 창세기를 예술로 해석한 미켈란젤로
미켈란젤로의 시스티나 성당 천장화는 단순한 성경 이야기의 나열이 아니라, 창세기를 시각적으로 해석한 르네상스의 걸작입니다. 하느님의 창조의 위대함을 역동적이고 강렬한 이미지로 표현하며 신의 모상인 인간의 존엄성을 아담의 창조 장면에서 강조하고 있습니다.
선악과와 에덴 동산에서의 추방 장면을 통해 인간의 연약함과 더불어 죄와 타락을 묘사합니다. 이렇게 미켈란젤로의 작품을 통해, 창세기가 단순한 종교적 서사가 아니라 인간과 신의 관계를 탐구하는 깊은 철학적·예술적 이야기로 확장됨을 느낄 수 있습니다.
<미켈란젤로의 생애>
- 1475년: 이탈리아 카프레제에서 출생. 어린 시절 피렌체에서 예술 교육을 받음.
- 1496~1501년: 로마에서 〈피에타〉 조각, 젊은 나이에 명성을 얻음.
- 1501~1504년: 피렌체에서 〈다비드상〉 제작, 르네상스 조각의 걸작으로 평가받음.
- 1508~1512년: 교황 율리우스 2세의 명령으로 시스티나 성당 천장화(〈천지창조〉) 완성.
- 1534~1541년: 바티칸 시스티나 성당의 제단 벽화 〈최후의 심판〉 제작.
- 1546년~1564년: 성 베드로 대성당의 총건축가로 활동, 돔 설계를 맡음.
- 1564년: 로마에서 88세의 나이로 사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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