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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

[히브리어 창세기2] 창세기 1장 3절과 하이든의 오라토리오 《천지창조》

 

창세기에서 두 번째로 선택한 절은 3절입니다. 히브리어 읽기 방향은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וַיֹּאמֶר אֱלֹהִים יְהִי אֹור וַיְהִי־אֹור׃ (와요멜 엘로힘 예히 오르 와예히-오르)

하느님께서 말씀하시기를 빛이 생겨라.”하시자 빛이 생겼다.

 

언젠가 하이든의 천지 창조”중 일부를 합창으로 부른 일이 있었는데요. 정말 아름다운 곡이었습니다. 특히 여성 솔리스트가 솔로 파트를 부를 때는 가슴 벅찬 멜로디에 울컥했던 기억이 나는데요. 이번에 공부하다보니 하이든이 창세기를 염두에 두고 만든 오라토리오의 한 부분더라고요! 오늘은 히브리어로 13절을 살펴보고 히브리어 발음의 역사와 하이든이 만든 오라토리오 천지 창조에 대해서 알아보겠습니다.

 

창세기
13
וַיֹּאמֶר אֱלֹהִים יְהִי אֹור וַיְהִי־אֹור׃ (와요멜 엘로힘 예히 오르 와예히-오르)
한국어
(천주교)
하느님께서 말씀하시기를 빛이 생겨라.”하시자 빛이 생겼다. 생겨라라는 표현을 사용하여 하느님의 명령을 강조.
한국어
(개신교)
하나님이 이르시되 빛이 있으라 하시니 빛이 있었고 직역에 가까우며, 명령형 고어체로 표현.
영어
(KJV)
Then God said, “Let there be light”; and there was light. “Let there be”로 번역하여 하느님의 창조 명령을 드러냄.
그리스어
(70인역)
καεπεν θες Γενηθτω φς. καὶ ἐγνετο φς. Γενηθήτω일어나라, 존재하라라는 뜻으로, 라틴어 “Fiat”와 유사.
히브리어

וַיֹּאמֶר אֱלֹהִים יְהִי אֹור וַיְהִי־אֹור׃ 반복과 대칭의 명확한 구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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וַיֹּאמֶר אֱלֹהִים יְהִי אֹור וַיְהִי־אֹור׃

וַיֹּאמֶר ⓶ אֱלֹהִים ⓷ יְהִי ⓸ אֹור ⓹ וַיְהִי־ ⓺ אֹור׃ ⓵

오르⓺  와예히오르예히엘로힘와요멜

⓺ 빛이있었다빛이있으라하느님이이르시되

(→⓵와요멜 엘로힘예히오르와예히오르)

 

창세기 1장 3절은 이렇게 하느님의 창조 명령을 나타내는데, 번역에 따라 뉘앙스가 약간씩 다릅니다. 히브리어 원문은 반복적 대칭 구조로 명확하게 표현되며, 강한 명령을 포함합니다. 개신교 번역은 직역에 가까운 표현을 사용하고, 천주교는 “생겨라”를 직접 인용구를 사용해서 명령을 강조합니다. 영어(KJV)와 그리스어 70인역은 “ Let there be” / “Γενηθήτω”로 하느님의 창조적 선언을 나타냅니다. 라틴어 불가타의 “Fiat lux” 역시 존재를 불러오는 신적 권위를 강조한 표현이라고 합니다.

 

<어휘 분석>

 

1. וַיֹּאמֶר (와요멜)

어근: אמר (아마르) "말하다"

문법:

וַ () "그리고" 또는 "그러자" (와우 접속법)

יֹּאמֶר (요메르) (Kal) 동사 미완료형 (3인칭 남성 단수)

의미: "그리고 (그가) 말씀하셨다."

히브리어에서 וַ () + 미완료형 동사는 내러티브에서 연속적인 사건 진행을 나타냅니다.

, 이전 구절(1:2)에서 어둠과 혼돈이 존재한 후, 하느님께서 창조를 시작하셨다는 흐름을 나타냅니다.

 

2. אֱלֹהִים (엘로힘)

어근: אלה (Elah 또는 Eloah) "하느님"

문법:

복수형 명사이지만, 단수 동사와 함께 사용됨.

의미: "하느님" (유일신적 개념)

히브리어에서 "Elohim"은 복수형이지만, 단수 동사와 함께 쓰여 유일하신 하느님을 지칭함.

이는 위엄의 복수(Pluralis Majestatis)라고 불리며, 하느님의 권능과 위엄을 강조하는 표현입니다.

 

3. יְהִי (예히)

어근: היה (하야흐) "존재하다, 있다"

문법:

(Kal) 동사 명령형 (3인칭 단수)

야스티브(Jussive) 형태: "존재하라", "생겨라"라는 강한 명령.

의미: "있어라, 생겨라"

단순한 희망이 아니라, 즉각적으로 실현되는 창조적 선언을 의미합니다.

 

4. אֹור (오르)

어근: אור (오르) ""

문법: 남성 단수 명사

의미: ""

여기서 빛은 태양이나 별의 빛이 아니라, 본질적인 존재로서의 빛을 의미할 가능성이 큽니다.

태양과 달은 창세기 114절 이후에 창조되므로, 이 빛은 우주적 질서와 하나님의 현존을 상징하는 빛일 수도 있습니다.

 

5. וַיְהִי־אֹור (와예히-오르)

어근: היה (하야흐) "존재하다, 있다"

문법:

וַיְהִי (와예히) "그리고 있었다" (와우 접속법 + 미완료형)

אֹור (오르) ""

의미: "그러자 빛이 있었다."

하느님의 말씀(יְהִי 있으라) 즉시 결과(וַיְהִי־אֹור 그러자 빛이 있었다)가 나타남.

, 하느님께서 명령하시는 즉시 빛이 생겨남을 강조하는 구조입니다.

 

<문장 구조 >

 

히브리어 문장의 특징

-대칭 구조: 명령형(יְהִי) 결과(וַיְהִי־אֹור)

-강한 반복: 같은 동사 (יְהִי) 가 반복되어 하느님의 명령과 그 실현이 동일함 강조.

-즉각적 실현: "빛이 있으라!" "그러자 빛이 있었다."

신학적 & 철학적 의미

-말씀의 힘, 즉 하느님은 단순한 존재가 아니라 "말씀하심"으로 창조를 이루시는 분임.

-요한복음 1:1과 연결:

"한처음에 말씀이 계셨다. 말씀은 하느님과 함께 계셨는데 말씀은 하느님이셨다."

-빛과 질서의 창조

이전(1:2)에는 혼돈과 어둠이 있었지만, 1:3에서 빛이 창조되며 질서가 시작됨.

이는 혼돈(chaos)에서 질서(order)로 나아가는 과정을 상징함.

-즉각적 실현

하느님의 명령과 동시에 창조가 이루어짐. 이는 "창조의 즉각성", "전능하신 하느님"을 나타냄.

 

"יְהִי" (예히) 하느님의 명령이 단순한 희망이 아니라 즉각적으로 실현되는 창조적 선언을 의미.

"וַיְהִי־אֹור" (와예히-오르) 즉시 반응하는 창조의 순간을 강조하여, 하느님의 전능함을 나타냄.

히브리어 문장은 직선적이고 강한 구조를 가지며, "빛이 있으라"라는 명령과 "빛이 있었다"라는 결과가 짝을 이루고 있음.

 

 

오늘은 히브리어 알파벳을 보면서 발음도 한번 보겠습니다.

히브리어 자음표

 

 

실제로 구약 성경의 히브리어는 이미 사어로서 정확한 발음을 알기는 어려운데요.

고대 성서 히브리어 발음은  강한 후음 발음과 자음 중심 구조를 가졌다고 합니다.

 

 마소라 시대(중세)에 모음 기호(니쿠드)가 추가되어 표준화되었습니다.

모음 이름과 음가

 

 

이후 유럽계(아슈케나지)와 중동계(세파르디) 히브리어로 나뉘었고, 현대 히브리어는 주로 세파르디 발음을 기반으로 단순화되었습니다. 현재 이스라엘에서는 일부 변형된 현대적 발음(R 발음 등)이 정착되었습니다.

 

고대 히브리어의 원래 발음은 정확히 알 수 없으며, 후대 마소라 학자들이 모음 기호를 추가하며 표준화했습니다. 현대 히브리어는 세파르디 발음을 기반으로 재구성된 인공적 언어로, 자연스럽게 발전한 것이 아니라 의도적으로 부활된 형태입니다. 이렇게 유대인 랍비들에 의해서 전수되어 온 내용을 바탕으로 학자들이 모여 현대 히브리어를 만들어서 현재 사용하고 있다니 놀라운 일인것 같습니다.

 

현대 히브리어는 엘리제르 벤 예후다(Eliezer Ben-Yehuda)에 의해 부활되었고, 그의 히브리어 사전과 문법 체계가 정립되기 시작한 시기는 1880년대라고 합니다. 이후 히브리어는 점차 공적인 언어로 자리 잡았고, 1922에는 영국 위임통치령 팔레스타인에서 공식 언어로 승인되었고 1948년 이스라엘 건국과 함께 현대 히브리어가 국가의 공식 언어로 공표되었다고합니다.

 

 

<하이든(Franz Joseph Haydn)의 오라토리오 천지 창조(Die Schöpfung, 1798)>

프란츠 요제프 하이든

프란츠 요제프 하이든의 천지 창조는 구약성경 창세기와 밀턴의 서사시 실락원에서 영감을 받아 작곡된 대규모 오라토리오입니다.

천지창조 공연

 

1. 작품 개요

작곡 연도: 1796~1798

초연: 1798429, 빈에서 초연

언어: 독일어(원본) & 영어

구성: 3(합창과 독창으로 이루어짐)

2. 내용 및 구성

1: 창세기 1~4일째 창조 (, 하늘, 바다, 식물의 탄생)

2: 창세기 5~6일째 창조 (동물과 인간 창조)

3: 아담과 하와의 낙원 생활

특히, 1부에서 빛이 있으라 (Let there be light)” 부분은 강렬한 합창과 오케스트라로 표현되어 창세기 13절을 웅장하게 음악적으로 해석한 부분입니다.

3. 특징 및 영향

하이든의 후기 대표작으로, 그의 신앙심과 자연에 대한 경외심이 담긴 작품으로, 바흐의 마태 수난곡, 헨델의 메시아와 함께 오라토리오의 걸작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웅장한 오케스트레이션과 밝고 희망적인 분위기로 고전주의 음악의 특징을 반영하는 이 작품은 지금도 세계 여러 곳에서 연주되며, 창세기의 신비와 경이로움을 음악으로 표현한 대표적인 작품 중 하나입니다.

 

 

창세기 13절은 하느님의 창조 활동 중 첫 번째 행위로, 어둠 속에서 빛이 창조되는 순간을 묘사합니다. 하느님께서는 말씀만으로 빛을 창조하시며, 이를 통해 혼돈 속에서 질서가 시작됩니다.

 

하이든은 창세기의 창조 이야기를 바탕으로 한 이 작품에서 하느님께서 세상을 창조하시는 과정(창세기 1)을 음악적으로 극적으로 표현합니다. 그중에서도 창세기 13절을 음악적으로 해석한 부분은 제2"빛이 있으라" ("Und es ward Licht")입니다.

 

"빛이 있으라!" 음악적 표현

-어둠 속의 침묵 (혼돈)

작품의 도입부는 혼돈(Chaos)을 표현하는 조용한 서곡(서주)으로 시작됩니다.

조성이 모호하고, 화음이 불안정하며, 리듬도 불규칙하여 창조 이전의 혼돈을 묘사합니다.

-하느님의 말씀 "빛이 있으라"

합창과 테너 독창이 "Und Gott sprach: Es werde Licht!"(하느님께서 말씀하셨다. "빛이 있으라!")라고 강하게 선언합니다.

이 부분은 매우 조용하게 시작되지만, 긴장감이 고조됩니다.

-빛의 창조 폭발적인 순간

하느님의 말씀이 끝나자마자, 강렬한 C장조의 오케스트라 폭발적인 화음이 나오며, ""이 창조되는 순간을 극적으로 표현합니다이 부분은 듣는 이들에게 순간적인 눈부심과 장엄함을 느끼게 합니다특히, 이전의 조용한 분위기와 극적인 대비를 이루며, 마치 암흑 속에서 빛이 갑자기 터져 나오는 듯한 느낌을 줍니다.

 

신학적 & 예술적 의미

창세기 13절의 "하느님의 말씀만으로 창조가 이루어지는 장엄함"을 하이든은 음악적으로도 강렬하게 표현하였습니다.

혼돈에서 질서로 나아가는 과정이 창세기의 핵심 주제인데, 하이든의 음악도 혼돈에서 명확한 조성(C장조)으로 정리되는 방식을 사용하여 이를 반영했습니다.

 

 

 

https://youtu.be/-opi2goZ_6U

하이든 - 천지창조 1부 - 저 하늘은 주의 영광 나타내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