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창세기 1장10절을 공부하려고 하는데요.
"하느님께서는 뭍을 땅이라, 물이 모인 곳을 바다라 부르셨다. 하느님께서 보시니 좋았다." (창세기 1,10 )
땅과 바다를 가르고 이름 붙이시고, 보시기에 좋았다는 절을 보면서 문득, 꽃에게 이름을 붙이는 시인이 떠올랐습니다.
그래서 뜬금없지만 히브리어로 10절을 공부하고 시인의 시를 다시 한번 읽어보려고요.
공부를 시작하기 전에 오늘은 뉴스를 하나 공유하려고 합니다.
어제 외출 중에 프란치스코 교황님이 "아버지의 집으로 돌아가셨다"는 뉴스 기사를 보고, 집에 돌아와 현관에 있는 '엄지척 사진'을 보며 만감이 교차했는데요. 세상이 그분을 잃었다는 슬픔과 아쉬움보다는, 이제 교황님이 아버지의 집에서 지복직관(至福直觀)을 누리고 계시리라는 생각으로 위안을 얻으려 합니다.
<교황청 케빈 페렐 추기경의 발표문 전문>
"사랑하는 형제자매 여러분, 깊은 슬픔을 안고 프란치스코 교황의 선종을 알리게 됐습니다. 오늘(21일) 아침 7시35분, 로마 주교 프란치스코께서 아버지의 집으로 돌아가셨습니다. 교황께서는 한평생 주님과 교회를 위해 헌신했습니다.
교황은 특히 가장 가난하고 소외된 이들을 위해 신실함과 용기, 보편적 사랑으로 복음의 가치를 실천하라고 가르치셨습니다. 주 예수의 참된 제자로서 모범을 보여준 교황께 깊은 감사를 표하며, 프란치스코 교황의 영혼을 삼위일체인 하나님의 무한하고 자비로운 사랑에 바칩니다."
<20일 프란치스코 교황님이 마지막으로 남긴 부활절 축복의 메시지 요약>
,,,사랑이 미움을 이겼습니다. 빛이 어둠을 이기고 진리가 거짓을 이겼습니다. 또한 악은 역사에서 사라지지 않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악은 더 이상 부활을 맞이한 우리를 지배하지 못합니다... 특히 인간은 죽음이 아닌 생명을 위해서 창조되었다는 사실을 강조하며, 지금 벌어지고 있는 전쟁들을 중단할 것을 촉구합니다. 특별히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 국민들, 레바논 시리아 공동체, 아프리카, 미얀마, 예맨, 우크라이나 같은 분쟁지역의 전쟁 종식을 촉구합니다...
...하느님의 눈에 모든 생명은 소중합니다. 어머니 뱃속에 있는 아이, 노인이나 병든 사람처럼 많은 나라에서 버려져야 할 사람으로 여겨지는 생명도 마찬가지입니다. 세계 곳곳에서 일어나는 수많은 분쟁 때문에 우리는 얼마나 많은 죽음을 보고 있습니까. 가장 약하고 소외된 이주민에 대한 경멸이 때때로 너무나 많이 나타납니다. 우리 모두는 하느님의 자녀입니다. 우리와 가깝지 않거나 관습이나 삶의 방식, 사상이 다른 이에게도 신뢰와 희망을 품어야 합니다...
< 창세기 1장10절 >
←
וַיִּקְרָא אֱלֹהִים לַיַּבָּשָׁה אֶרֶץ וּלְמִקְוֵה הַמַּיִם קָרָא יַמִּים וַיַּרְא אֱלֹהִים כִּי־טֹוב׃
( → ①와이크라②엘로힘③라얍바솨④에레츠⑤우레미크웨⑥하마임⑦카라⑧얌밈⑨와야르⑩엘로힘⑪토브)
창세기 1장10절 |
וַיִּקְרָא אֱלֹהִים לַיַּבָּשָׁה אֶרֶץ וּלְמִקְוֵה הַמַּיִם קָרָא יַמִּים וַיַּרְא אֱלֹהִים כִּי־טֹוב׃ | |
한국어 (천주교) |
하느님께서는 뭍을 땅이라, 물이 모인 곳을 바다라 부르셨다. 하느님께서 보시니 좋았다. | 원문보다 설명적이고 부드럽게 번역함. ‘좋았다’는 고요한 마무리 느낌. |
한국어 (개신교) |
하나님이 뭍을 땅이라 부르시고 모인 물을 바다라 부르시니 하나님이 보시기에 좋았더라 | 원문의 순서를 최대한 반영. “보시기에 좋았더라”는 KJV와 유사한 번역 흐름. |
영어 (KJV) |
And God called the dry land Earth, and the gathering together of the waters He called Seas. And God saw that it was good. | 순서가 히브리어 구조와 거의 일치. 고풍스러운 문체 |
헬라어 (70인역) |
καὶ ἐκάλεσεν ὁ θεὸς τὴν ξηρὰν γῆν καὶ τὰ συστήματα τῶν ὑδάτων ἐκάλεσεν θαλάσσας. καὶ εἶδεν ὁ θεὸς ὅτι καλόν. | ‘συστήματα’: 구조, 조직 → 물이 질서 있게 모였음을 암시. 고대 철학적 어휘 감각 반영. ‘καλόν’은 ‘좋은 것’ 또는 ‘아름다움’을 의미. |
라틴어 | Et vocavit Deus aridam, Terram, congregationesque aquarum appellavit Maria. Et vidit Deus quod esset bonum. | ‘Maria’: ‘바다들’. ‘quod esset bonum(“그것이 좋았더라”)’:고전적 라틴 문장 구조. ‘congregationes’는 교회적 뉘앙스를 암시하기도. |
히브리어 | וַיּרָא אֱלֹהִים לַיַּבָּשָׁה אֶרֶץ וּלְמִקְוֵה הַמַּיִם קָרָא יַמִּים וַיַּרְא אֱלֹהִים כִּי־טֹוב׃ | 문법적으로 대칭적이고 시적 구조가 뚜렷함 |
← ①
וַיִּקְרָא ② אֱלֹהִים ③ לַיַּבָּשָׁה ④ אֶרֶץ
וּלְמִקְוֵה ⑥ הַמַּיִם ⑦ קָרָא ⑧ יַמִּים
וַיַּרְא ⑩ אֱלֹהִים ⑪ כִּי־ ⑫ טֹוב׃
← ①
에레츠 ④ 라얍바솨 ③ 엘로힘 ② 와이크라
얌밈 ⑧ 카라 ⑦ 하마임 ⑥ 우레미크웨 ⑤
토브 ⑫ 키 ⑪ 엘로힘 ⑩ 와야르 ⑨
← ①
땅 ④ 뭍을 ③ 하느님이 ② 부르시고
바다 ⑧ 부르시고 ⑦ 물을 ⑥ 모인 ⑤
좋았더라 ⑫ ⑪ 하느님 ⑩ 보시기에 ⑨
(→⓵와이크라⓶엘로힘⓷라얍바솨⓸에레츠⓹우레미크웨⓺하마임 ⑦카라⑧얌밈⑨와야르⑩엘로힘⑪키 ⑫ 토브)
<내용 분석>
1.
וַיִּקְרָא אֱלֹהִים לַיַּבָּשָׁה אֶרֶץ
"하느님이 뭍을 '땅'이라 부르셨다"
וַיִּקְרָא ( 와이크라 ):
접두어 וַ- (그리고) + 동사 קָרָא (그가 부르다)의 연속형
"그리고 … 부르셨다" (동작의 연속)
אֱלֹהִים ( 엘로힘):
주어. 복수형 형태지만 단수 취급되는 "하느님"
성경에서 창조주 하느님을 지칭할 때 반복적으로 등장
לַיַּבָּשָׁה ( 라얍바솨):
לְ + הַ + יַבָּשָׁה
“마른 땅(뭍)”에 대해", 전치사 לְ는 대상 표현 (to, for)
יַבָּשָׁה → 마른 것, 육지, 땅
אֶרֶץ ( 에레츠 ):
땅, 지구, 대지
2.
וּלְמִקְוֵה הַמַּיִם קָרָא יַמִּים
"물이 모인 곳을 '바다들'이라 부르셨다"
וּלְמִקְוֵה ( 우레미크웨 ):
"그리고 모인 곳을"
접속사 וּ (그리고) + 전치사 לְ (to) + 명사 מִקְוֶה
→ 미끄웨는 ‘모임, 집합’의 의미, 물의 모임 (후에 정결 의식에도 사용됨)
הַמַּיִם ( 하마임 ):
(물) מַּיִם + ( 정관사 ) הַ , 복수형 형태이지만 보통 단수적 의미로 사용
קָרָא ( 카라 ):
"그가 부르다", 과거 단순형
현재(분사)형은 קוֹרֵא(남성형), קוֹרֵאת(여성형)
יַמִּים ( 얌밈 ):
“바다들”. 복수형
→ 복수형을 사용함으로써 바다의 복합성과 다양성을 나타냄
3.
וַיַּרְא אֱלֹהִים כִּי־טֹוב
"하느님께서 보시니 좋았다"
וַיַּרְא ( 와야르 ):
וַ- + רָאָה , 역시 연속형
"그리고 보셨다"
אֱלֹהִים ( 엘로힘 ):
주어 "하느님"
כִּי־טֹוב (키-토브):
כִּי: 왜냐하면, ~하기를 (여기선 "…하니")
טֹוב: 좋은 것, 선함, 만족
→ 전체적으로는 "보시기에 좋았다"는 의미
< 김춘수 >
시인 김춘수는 한국 현대시의 거장으로 ‘의미 이전의 순수한 존재’를 탐구한 시인입니다. 대표작 「꽃」은 이름과 존재 그리고 관계의 본질을 노래한 작품으로 현재까지도 널리 사랑받고 있습니다.
시인은 "이름을 불러줌"을 통해 존재가 의미를 얻고 관계적 정체성을 갖는다고 말합니다. 창세기에서는 “물”과 “땅” 이 하느님으로부터 이름을 얻기 전에는 단지 “모인 것”, “마른 것” 이었다가, 하느님이 이름을 부여하자 창조와 질서가 이루어집니다.
이렇게 「 꽃 」 과 「창세기」는 이름 짓기를 통해 무명의 존재가 세계 속에서 자리를 잡는 순간을 묘사합다. 신의 창조적 행위와 인간의 시적 인식 모두가, '이름'이라는 언어를 통해 질서와 의미를 부여하는 모습이 유사합니다. 대상에 대한 사랑 또한 서로 닮아 있습니다.
「꽃」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준 것처럼
나의 이 빛깔과 향기에 알맞은
누가 나의 이름을 불러다오.
그에게로 가서 나도
그의 꽃이 되고 싶다.
김춘수 (1922–2004)
1922년 경남 통영 출생
1946년 「생명」 발표, 시단 데뷔
1952년 대표작 「꽃」 발표
1968년 경북대 교수 임용
1977년 「김춘수 시전집」 출간
1981년 한국시인협회 회장 역임
2004년 향년 82세로 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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